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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성의 칼날 책 리뷰 (과학혁명, 갈릴레오, 뉴턴법칙)

by vy2006 2026. 3. 9.

객관성의 칼날 책 표지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주변에서 꽤 '재미없는 사람'으로 통합니다. 친구들이 귀신 이야기를 하면 저는 환각이나 착시 현상을 먼저 떠올리고, 누가 점집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하면 확증편향과 바넘 효과를 설명하기 시작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감성적이라는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찰스 길리스퍼의 '객관성의 칼날'을 읽고 나서는, 제가 왜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것들을 경계하는지 스스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과학이 어떻게 진리의 최종 심판자가 되었는지, 그 치열했던 역사를 보여줍니다.

●과학혁명: 권위에서 관찰로의 대전환

17세기 이전의 유럽에서 진리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성경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이 곧 세상을 설명하는 절대 기준이었죠. 여기서 '권위(Authority)'란 수천 년간 축적된 종교적·철학적 전통에 기반한 지식 체계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교회나 고대 철학자가 그렇다고 했으니 그게 진실이다"라는 방식으로 세상이 돌아갔던 겁니다.

그런데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이 오래된 권위에 정면으로 도전했습니다. 그가 내세운 원칙은 단순하지만 혁명적이었습니다. 바로 경험적 관찰(Empirical Observation)이 진리 판단의 최종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경험적 관찰이란 직접 눈으로 보고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게 당연한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이것은 엄청난 충격이었습니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으로 목성의 위성들을 발견하고, 달 표면이 울퉁불퉁하다는 걸 관찰했을 때, 이는 "천체는 완벽한 구형이며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한다"는 천 년 넘게 유지된 믿음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였습니다. 제가 이 대목을 읽으면서 느낀 건, 진리를 향한 여정이 얼마나 외로운 싸움이었는지였습니다.

갈릴레오의 투쟁 이후, 과학계에는 다음과 같은 새로운 원칙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 연구 결과를 학술지에 공개적으로 발표할 것
- 동료 과학자들의 비판과 검증을 받을 것
- 누가 어디서 실험하든 같은 결과가 반복될 것

이러한 집단 검증 시스템은 런던 왕립학회와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 같은 기관들이 만들어지면서 제도화되었습니다.

●뉴턴법칙과 수학적 증명의 시대

갈릴레오가 관찰의 문을 열었다면, 아이작 뉴턴은 그 관찰된 세계에 강력한 언어를 입혔습니다. 바로 수학이었죠.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인류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저작 중 하나인데, 여기서 그는 만유인력 법칙(Universal Law of Gravitation)을 제시했습니다. 이 법칙이란 우주의 모든 물체가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을 하나의 수학 공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사과가 떨어지는 것과 행성이 태양 주위를 도는 것이 본질적으로 같은 법칙으로 설명된다는 점이었습니다. 뉴턴 이전까지 사람들은 천상계와 지상계를 완전히 다른 법칙이 지배한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뉴턴은 우주가 예측 가능한 거대한 기계 장치처럼 작동한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습니다.

여기서 '객관성(Objectivity)'이라는 개념이 등장합니다. 객관성이란 개인의 주관적 믿음이나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검증 가능한 사실만을 받아들이는 태도를 말합니다. 책에서 길리스퍼는 이를 '객관성의 칼날'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칼날은 개인의 편견과 미신을 잘라내는 동시에 인간의 가치나 신념 같은 것들도 함께 잘라낼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면서 제가 왜 검증되지 않은 것들을 거부하는지 더 명확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과학적 객관성이란 하늘에서 떨어진 당연한 것이 아니라, 수백 년간 수많은 과학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하나의 약속이자 시스템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개인의 직관이나 믿음보다는 반복 가능한 실험과 수학적 증명을 우선시해야 했습니다.

물론 저도 인정합니다. 모든 것을 과학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나 신앙을 통해 위안을 받고, 그것이 그들의 삶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검증되지 않은 것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에 충실하는 것이 더 빛나는 삶을 만들지 않을까요? 갈릴레오와 뉴턴 같은 선대 과학자들이 자신의 전 생애를 걸고 싸웠던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헌신 덕분에 지금 우리는 컴퓨터 하나로 우주의 법칙을 배우고,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며,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제가 비감성적인 게 아니라 그저 선배 과학자들이 물려준 객관성의 칼날을 계속 벼리고 있는 것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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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youtu.be/CbyVxyJPaUw?si=j55qEwfPizpG5cC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