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이 천 년 전 사람들도 보았고, 천 년 후 사람들도 볼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어릴 적 저는 별을 자주 봤습니다. 놀 거리가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밤마다 하늘을 올려다보곤 했는데, 그때는 그저 반짝이는 점들이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나서야 그 별 하나하나가 품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신비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1980년 출간된 대중과학 서적으로, 천문학을 일반인에게 쉽게 풀어낸 명저입니다. 무려 70주 동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고,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학 서적으로 꼽힙니다.
●우주란 무엇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디쯤 있는가
코스모스(Cosmos)라는 단어는 그리스어로 '질서'를 뜻합니다. 혼돈을 의미하는 카오스(Chaos)의 반대말이죠. 동양에서는 동서남북과 위아래를 '우(宇)', 과거와 현재를 '주(宙)'라고 했습니다. 즉 우주는 공간과 시간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여기서 공간이란 물리적 거리와 방향을, 시간이란 과거부터 미래까지의 흐름을 의미합니다. 칼 세이건은 이 광활한 우주를 독자가 직접 탐험하듯 안내합니다.
현대 우주론(cosmology)에 따르면 우주는 약 137억 년 전 빅뱅(Big Bang)이라는 대폭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서 우주론이란 우주의 기원과 진화, 구조를 연구하는 천문학의 한 분야입니다. 빅뱅 이론은 우주가 극도로 뜨겁고 밀도 높은 한 점에서 폭발적으로 팽창했다는 가설로, 현재까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우주 탄생 모델입니다([출처: 한국천문연구원](https://www.kasi.re.kr)).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우주의 크기를 실감하는 데 한참 걸렸습니다. 빛이 1초에 약 30만 킬로미터를 움직이는데, 이는 지구를 7바퀴 도는 거리입니다. 광년(light-year)은 빛이 1년 동안 나아간 거리로 약 9조 5천억 킬로미터에 달합니다.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거리가 4.2광년인데, 현재 기술로 만든 우주 탐사선으로는 4만 년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안드로메다 은하까지는 220만 광년입니다. 솔직히 이 숫자들을 처음 접했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우주는 대부분이 텅 빈 공간이고, 그 사이사이에 은하들이 모여 있습니다. 은하(galaxy)는 먼지, 가스와 함께 수천억 개의 별이 무리지어 있는 천체입니다. 여기서 은하란 중력으로 묶여 하나의 시스템을 이루는 거대한 별들의 집단을 말합니다. 우주에는 약 천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 은하에는 평균 천억 개의 별이 있습니다. 이는 지구의 모든 바닷가와 사막의 모래알보다 많은 수입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인류는 어떻게 우주를 이해해왔는가
고대 수메르인은 평평한 땅을 둥근 천장이 덮고 있다고 믿었습니다. 해와 달, 별은 보이지 않는 신들의 지배를 받아 움직인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기원전 200년경 에라토스테네스(Eratosthenes)는 처음으로 지구의 크기를 측정했습니다. 그는 이집트의 시에네와 알렉산드리아에서 같은 시각에 햇빛의 각도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지표면이 굽어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그는 두 도시 사이의 거리와 각도 차이를 이용해 지구 둘레를 약 4만 킬로미터로 계산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는 실제 값과 거의 일치합니다.
17세기 갈릴레오 갈릴레이(Galileo Galilei)는 망원경으로 은하수를 관찰하고, 그 정체가 수많은 별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제가 어릴 적 본 은하수도 사실은 우리 은하가 하늘에 투영된 모습이었던 겁니다. 17세기 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했습니다. 지구가 사과를 잡아당기는 힘과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힘이 같은 중력이라는 발견이었죠. 뉴턴은 "내가 조금이라도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거인들은 케플러(Kepler), 갈릴레이, 데카르트(Descartes) 같은 선배 과학자들을 가리킵니다.
20세기 에드윈 허블(Edwin Hubble)은 안드로메다가 우리 은하 밖의 독립된 은하임을 밝혔고,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허블 상수(Hubble constant)는 우주 팽창 속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은하들이 서로 멀어지는 속도와 거리의 관계를 수치화한 것입니다([출처: 한국천문학회](https://kas.org)). 이로부터 우리는 우주가 137억 년 전 빅뱅에서 시작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칼 세이건은 이 과정을 마치 탐험 이야기처럼 풀어냅니다. 책을 읽다 보면 고대 그리스 천문학자부터 현대 우주 탐사선까지, 인류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노력했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태양계 탐사, 금성의 지옥과 화성의 운하 그리고 목성의 신비
책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태양계 행성들에 대한 생생한 묘사입니다. 금성은 미의 여신 비너스(Venus)라는 이름과 달리, 표면 온도가 섭씨 480도에 달하는 지옥 같은 곳입니다. 대기압은 90기압으로, 지구 해저 1킬로미터 깊이의 압력과 같습니다. 금성의 대기는 96%가 이산화탄소이고, 구름은 진한 황산 용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온실 효과(greenhouse effect)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가 지표에서 방출되는 적외선을 흡수해 열을 가두는 현상입니다. 쉽게 말해, 햇빛은 들어오는데 열은 빠져나가지 못해 온도가 계속 올라가는 것이죠. 금성은 이 온실 효과가 폭주하여 표면이 녹아내릴 정도로 뜨거워진 사례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부분이 현재 지구 온난화 문제를 경고하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칼 세이건도 화석 연료 사용으로 지구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금성처럼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화성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합니다. 19세기 말 이탈리아 천문학자 스키아파렐리(Schiaparelli)가 화성 표면에서 줄무늬를 발견하고 '카날리(canali, 자연 수로)'라고 불렀는데, 영어권에서 '카날스(canals, 인공 운하)'로 오역되면서 화성인 존재 논란이 일었습니다. 미국 재정가 퍼시벌 로웰(Percival Lowell)은 화성에 160개 이상의 운하가 있다고 주장하며 지도까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1965년 마리너 4호(Mariner 4)가 보내온 사진에는 운하 대신 자연 수로의 흔적만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는 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새삼 느꼈습니다.
1976년 바이킹 1호와 2호가 화성 표면에 착륙해 생명체 흔적을 찾는 실험을 했습니다. 가스 교환 실험, 광합성 실험, 신진대사 실험 세 가지를 진행했지만, 확실한 생명체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런 실패도 과학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화성 생명체 존재 여부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목성과 토성 같은 거대 가스 행성(gas giant)도 책에서 다룹니다. 가스 행성이란 암석 표면 없이 주로 수소와 헬륨 같은 기체로 이루어진 행성을 말합니다. 1610년 갈릴레이가 목성 주위를 도는 네 개의 위성을 발견했는데, 이는 지구만 위성을 가진다는 당시 통념을 깨뜨렸습니다. 이 네 위성은 이오(Io), 유로파(Europa), 가니메데(Ganymede), 칼리스토(Callisto)로, 갈릴레이 위성이라 불립니다.
1977년 발사된 보이저 1호와 2호는 목성과 토성을 탐사했습니다. 보이저는 이오에서 활화산 아홉 개 이상을 발견했는데, 지구 밖에서 처음 발견된 활화산이었습니다. 유로파는 표면이 얼음으로 덮여 있고 충돌 구덩이가 거의 없어, 표면 아래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었습니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Titan)은 대기를 가진 유일한 위성으로, 유기물질이 풍부해 생명체 존재 가능성이 논의되는 곳입니다.
보이저 탐사선은 지금도 태양계 끝을 향해 날아가고 있습니다. 21세기 중반쯤이면 태양권계면(heliopause)을 넘어설 것입니다. 태양권계면이란 태양풍의 영향이 끝나고 성간 물질이 시작되는 경계를 의미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며, 인간이 만든 물체가 태양계를 벗어나 별들 사이를 여행한다는 사실이 참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코스모스'는 단순한 과학책이 아닙니다. 우주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서이기도 합니다. 137억 년 우주의 역사 속에서 우리 인류는 극히 짧은 순간을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주를 이해하고 탐험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과학에 친숙하지 않은 분들도 가볍게 읽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작으면서도 동시에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이 책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는 필독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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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youtu.be/BGuiVyTZHK0?si=Y_57C5GUTh5XIA5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