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3 두 노인 책 리뷰 (형식과 본질, 순례 의미, 사랑의 실천) 솔직히 저는 톨스토이의 '두 노인'을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교훈 이야기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읽어보니 100년도 훨씬 전에 쓰인 이 짧은 이야기가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 얼마나 날카로운지 깨달았습니다. 예루살렘 성지순례를 약속한 두 노인의 대조적인 여정을 통해, 톨스토이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형식을 쫓고 있습니까, 아니면 본질을 살고 있습니까? ●형식에 갇힌 예힘과 본질을 산 예리세이 두 노인의 성격 차이는 출발부터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예힘은 신중하고 엄격한 사람으로 평생 술과 담배를 멀리했고 마을 원로까지 지낸 인물입니다. 여기서 '원로(長老)'란 마을 공동체에서 존경받는 연장자로서 분쟁 조정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전통적 지도자를 의미합니다. 반면 예리세이는 따뜻하고 밝은 .. 2026. 3. 14. 채식주의자 책 리뷰 (자유, 이해, 정체성)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전 세계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작품을 읽으면서 단순한 채식 선언이 아닌, 우리 사회가 개인의 정체성(Identity)을 어떻게 억압하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를 발견했습니다. 여기서 정체성이란 한 개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표현하는가에 관한 근본적 권리를 의미합니다. 주인공 영혜는 꿈 한 번 꾸고 나서 고기를 끊는데, 이 선택이 그녀의 삶을 완전히 무너뜨립니다. ●타인의 시선이 만든 감옥, 자유의 의미 소설 속 영혜의 남편은 아내를 "가장 평범한 여자"로 규정합니다. 이 표현이 제게는 소름 끼쳤습니다. 그는 아내가 "특별한 단점도 없어 보였기 때문"에 결혼했다고 고백하죠.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관계의 본질이 아니라 사회적 기.. 2026. 3. 12. 물질의 세계 책 리뷰 (모래, 여섯가지 물질, 디지털 시대) 중국이 수십 년간 땅을 파헤쳤지만 결국 찾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순도 99.99999% 폴리실리콘을 만들 수 있는 고순도 석영입니다. 전 세계에서 이 석영이 생산되는 곳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프루스 파인 단 한 곳뿐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제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얼마나 복잡한 물질의 여정 끝에 제 손에 들어왔는지 깨달았습니다. ●반도체 패권을 좌우하는 단 하나의 광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프루스 파인 외곽의 광산은 군사시설에 버금가는 극비 시설입니다. 이곳에서 채취한 석영은 세척과 분쇄, 정제 과정을 거쳐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초크랄스키 도가니(Czochralski Crucible)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여기서 초크랄스키 도가니란 실리콘 단결정을 성장시키는 고온 용.. 2026. 3. 12. 신, 만들어진 위험 책 리뷰 (종교와 전쟁, 복음서 모순, 무신론) 솔직히 저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말하는 '신의 사랑'과 실제 역사에서 벌어진 종교 전쟁 사이의 간극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을 읽고 나서야 제가 막연히 느꼈던 의구심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책은 종교가 과연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었는지, 아니면 분쟁의 씨앗이었는지를 냉철하게 파헤칩니다. 신을 믿든 믿지 않든,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면 이 질문은 피할 수 없습니다. ●종교와 전쟁 신을 믿는 사람들은 신이 사랑과 평화를 강조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쟁과 불평등의 상당 부분이 종교를 믿는 사람들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아브라함 종교(Abrahamic religions)를 믿는 국가.. 2026. 3. 11. 대변동 책 리뷰 (개인, 국가, 자기평가) 위기는 정말 예고 없이 찾아올까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위기란 갑작스럽게 터지는 폭탄 같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을 읽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위기는 사실 오랜 시간 쌓여온 균열이 어느 순간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이더군요.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몇 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분야로 진로를 바꿨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주변에서는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 결정은 몇 년에 걸쳐 쌓인 회의감과 불안이 폭발한 결과였습니다. 이 책은 그런 제 경험을 훨씬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줬습니다. ●위기를 인정하지 못하면 해결도 없다 개인이든 국가든 위기를 극복하는 첫 번째 단계는 '위기 상태 인정'입니다. 저자는 19.. 2026. 3. 11. 정의란 무엇인가 책 리뷰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2010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책 한 권이 있습니다. 바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입니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이 책을 읽고 토론회를 열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급속한 경제 성장 이면에 감춰진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이죠. 저 역시 당시 이 책을 읽으며 '과연 다수의 발전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이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의 정의관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 원칙을 정의의 기준으로 받아들입니다. 여기서 공리주의란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고 보는 윤리 이론을 의미합니다. 제러미 .. 2026. 3. 10.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