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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세계 책 리뷰 (모래, 여섯가지 물질, 디지털 시대) 중국이 수십 년간 땅을 파헤쳤지만 결국 찾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순도 99.99999% 폴리실리콘을 만들 수 있는 고순도 석영입니다. 전 세계에서 이 석영이 생산되는 곳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프루스 파인 단 한 곳뿐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제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얼마나 복잡한 물질의 여정 끝에 제 손에 들어왔는지 깨달았습니다. ●반도체 패권을 좌우하는 단 하나의 광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프루스 파인 외곽의 광산은 군사시설에 버금가는 극비 시설입니다. 이곳에서 채취한 석영은 세척과 분쇄, 정제 과정을 거쳐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초크랄스키 도가니(Czochralski Crucible)를 만드는 데 사용됩니다. 여기서 초크랄스키 도가니란 실리콘 단결정을 성장시키는 고온 용.. 2026. 3. 12.
신, 만들어진 위험 책 리뷰 (종교와 전쟁, 복음서 모순, 무신론) 솔직히 저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말하는 '신의 사랑'과 실제 역사에서 벌어진 종교 전쟁 사이의 간극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리처드 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을 읽고 나서야 제가 막연히 느꼈던 의구심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책은 종교가 과연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주었는지, 아니면 분쟁의 씨앗이었는지를 냉철하게 파헤칩니다. 신을 믿든 믿지 않든,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면 이 질문은 피할 수 없습니다. ●종교와 전쟁 신을 믿는 사람들은 신이 사랑과 평화를 강조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쟁과 불평등의 상당 부분이 종교를 믿는 사람들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아브라함 종교(Abrahamic religions)를 믿는 국가.. 2026. 3. 11.
대변동 책 리뷰 (개인, 국가, 자기평가) 위기는 정말 예고 없이 찾아올까요? 저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위기란 갑작스럽게 터지는 폭탄 같은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을 읽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위기는 사실 오랜 시간 쌓여온 균열이 어느 순간 표면으로 드러나는 것이더군요. 개인에게도, 국가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몇 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분야로 진로를 바꿨던 적이 있습니다. 그때 주변에서는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 결정은 몇 년에 걸쳐 쌓인 회의감과 불안이 폭발한 결과였습니다. 이 책은 그런 제 경험을 훨씬 넓은 시야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줬습니다. ●위기를 인정하지 못하면 해결도 없다 개인이든 국가든 위기를 극복하는 첫 번째 단계는 '위기 상태 인정'입니다. 저자는 19.. 2026. 3. 11.
정의란 무엇인가 책 리뷰 (공리주의, 자유주의, 공동체주의) 2010년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책 한 권이 있습니다. 바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입니다.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앞다투어 이 책을 읽고 토론회를 열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급속한 경제 성장 이면에 감춰진 사회적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팽배했기 때문이죠. 저 역시 당시 이 책을 읽으며 '과연 다수의 발전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것이 정의로운가'라는 질문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공리주의와 자유주의의 정의관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 원칙을 정의의 기준으로 받아들입니다. 여기서 공리주의란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이 옳은 행동이라고 보는 윤리 이론을 의미합니다. 제러미 .. 2026. 3. 10.
호모데우스 책 리뷰 (인간의 정의, 데이터교, 무용계급) 일반적으로 과학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풍요와 편리함을 가져다준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는 기근, 전염병, 전쟁이라는 거대한 재앙을 상당 부분 극복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를 읽으며 느낀 건, 이 승리가 우리를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희는 지금 생존을 넘어 신이 되려는 욕망 앞에 서 있고, 그 과정에서 인간의 정의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습니다. ●인간의 정의가 무너지는 순간 저희는 오랫동안 인간을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로 정의해왔습니다. 하지만 생명과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은 이 믿음에 균열을 냅니다. 뇌과학자들은 인간의 모든 감정과 결정이 생화학적 알고리즘(biochemical algorithm)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알.. 2026. 3. 9.
객관성의 칼날 책 리뷰 (과학혁명, 갈릴레오, 뉴턴법칙)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주변에서 꽤 '재미없는 사람'으로 통합니다. 친구들이 귀신 이야기를 하면 저는 환각이나 착시 현상을 먼저 떠올리고, 누가 점집에서 신기한 경험을 했다고 하면 확증편향과 바넘 효과를 설명하기 시작하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비감성적이라는 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하지만 찰스 길리스퍼의 '객관성의 칼날'을 읽고 나서는, 제가 왜 이렇게 검증되지 않은 것들을 경계하는지 스스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과학이 어떻게 진리의 최종 심판자가 되었는지, 그 치열했던 역사를 보여줍니다. ●과학혁명: 권위에서 관찰로의 대전환 17세기 이전의 유럽에서 진리란 위에서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성경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이 곧 세상을 설명하는 절대 기준이었죠. 여기서 '권위(Authority)'란.. 2026. 3. 9.